스스로 멀어진다는 생각,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고립위에 고립을 쌓고
끝내 잡을 수 없는 새, 그 깃털일 수도 있겠다는 나
좀 앓아누웠었어요. 잘 버텨 오다가 결국 '일 년에 한 번은'이라는 타이틀에 승복하고 말았죠. 수요일 이었을까요? 그 전날과 전전날의 운행으로 좀 편하게 이틀을 보내니 괜시리 미안한 감정도 들고 시간도 안 가는 것 같고 해서, 수요일 여섯시 반, 땡하고 일어나면서부터 목이 부어있었지만, 일선에 뛰어든 거죠. 바람이 꽤나 추웠지만 종일 밖에서 일에만 집중하려니 저녁 즈음부터 시름시름 열이 올랐어요. 목요일은 종일 잠만 잤죠. 8개월 동안 잘 버텨오다가. 많이 지쳤었나 봐요. 다들 그래요. 한번 그렇게 될 것 같았다고 푹 쉬라고. 여기저기서 구하기 힘든 죽도 가져다주고. 여튼 그랬어요. 힘들어도 정이 있다는 사실에 더 위로가 됐죠.
여전히 목이 좋지 않은 상태로 외박을 나와 무작정 컴퓨터부터 찾고 음악을 들었죠. 간절했어요. Jim Bryson의 One Cigarette이 그렇게 그리웠었어요. 결국 아침 조용한 공간을 찾아 듣는 순간 지난 8개월 동안의 생활과 몸살기에 아팠던 몸과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감정들이 풀리며 내려앉으며 잊혀지더라구요. 어찌나 좋던지 담배냄새를 너무나 싫어하지만 그냥 담배 한 개피를 물고만 싶었어요.
서울서 친구가 왔어요.
피자 치킨은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들어가면 못 먹을 신선한 나물 무침이나 식혜 등이 끌려 한정식 뷔페를 찾아갔죠. 고사리, 숙주나물, 갓 담은 새 김치, 조기구이, 간장 게장. 부대에선 맛 볼 수 없는 신선한 맛.
취해본 적도 없고 취하는 것도 싫어서 술은 입안만 축축하게 적실 정도로 마셨어요. 일본, 독일산 등의 맥주서부터 복분자까지 종류별로다가 조금씩만 하하하
영화를 꼭 하난 봐야죠. 블레이드 러너를 보려니 잠이 쏟아져 안 되겠다 싶어서 TV를 켰는데 나비효과를 하더라구요. 늘 그 영화나 그런 종류의 영화를 보면 진득하니 몰입하지 못하고 삼천포로 빠지는데, 과전 저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면 현재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갑자기 땡 하고 사라져 주위의 모든 이들이 혼란스러워 할까? 아니면 현재는 현재대로 그 주인공이 남아있어 진행될까? 만약 전자처럼 된다면 세상은 그 주인공에 의한 세상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영화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다시 즐기죠. 감독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중얼거리며.
친구가 가지고 있던 60년대에나 나왔을 법한 레미제라블에 대해 말하며 누런 종이나 ‘읍니다’와 같은 글씨체가 재밌어서 일부러 오래된 책을 사 읽는다거나, 세로줄이 헷갈려서 가끔은 칸을 넘어가 읽는 다거나...이런 저런 잡담을 하다며 생각 없이 친구의 작은 수첩을 들춰보다가 어느 날의 일정에서 ‘엄마 보기’라고 적어 둔 친구를 남몰래 안쓰러워하고 슬퍼하다가 친구를 기차 태워 보내고 추운 길거리 쓸쓸히 걸으며 돌아왔죠.
다른 방에서는 부대 선,후임들과의 거나한 술자리가 막 시작되어 잠깐 못 먹겠는 복분자나 가져다주려고 들어갔는데 어색하게 발목이 묶여 한 시간여를 같이 있다가, 관찰하다가 스르르 빠져나왔죠.
조용한 방구석에서 음악을 들으며 오랜 지인과 즐거운 대화를 하다가 아스날의 경기가 있어 축구를 보다가 잠에 빠졌죠.
워낙에 피곤해서 늦게 일어나니 하루가 대부분 가있었고 그 사실이 너무 아쉬웠죠.
이제 한 30여분 남았고, 다행이 마음은 다시 차분해 져가고 있어요.
3월 중, 하순쯤에는 9박 10일 나옵니다. 두어 달 다시 참고... 그 때는 뭔가 제대로...
고립의 담을 허물어 주던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서야
새나 혹은 그 깃털은
가볍고 따듯한 돌이 되어 내려앉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