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2 21:52
용인에서 외할머니를 뵙고 왔다. 언젠가 엄마가 외가에 다녀 오는 길엔 꼭 외할머니께선 엄마의 버스가 안보일 때까지 뒤에서 손을 흔드신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본 외손자가 외가를 나서니 역시나 할머니께선 대문 밖으로 나오셔 기어코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하셨다.

어렸을 땐 방학 때마다, 그러니깐 일년에 꼭 두 번씩은 외가에 놀러 갔었다. 할머니 댁 뒷산인 성산만 넘어가면 떡하니 자리잡고 있던 에버랜드 아닌 자연농원을 줄기차게 다녔던 것 같다. 정말 깡촌이었는데 울 엄마 어렸을 때는 깡깡촌이었다는 그곳이 몰라보게 바뀐 정도가 아니라 그냥 모른다. 옛 할머니 댁이 있던 내촌은 더 이상 촌구석이 아닌, 최신식 아파트들이 모여선 지구로 바뀌었고 인공 공원이 들어서고 그 주위에 대형 마트가 자리를 잡았다. 내촌을 타고 흐르던 개울이 그렇게 깨끗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아파트단지 사람들이 배출한 것들에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사라진 옛 추억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하는 것은 씁쓸하다 못해 외롭기까지 하다.
새로운 지하철 역이 그곳까지 들어섰다. 개통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창 시운전 중인데, 신기한 것이 무인으로 움직이는 경전철이라는 것. 정말로 아무런 이 없이 철통 한 토막이 저절로 왔다 갔다 하는데… 과연 저 기계를 믿고 탈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저놈의 무인 시스템으로 일거리 없이 놀고먹을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나려나… 언젠가 저런 식으로 사람은 관여하지 않고 세상 모든 것이 기계로 자동화된다면 사람은 죄다 실업자가 될까? 그럼 뭘 하고 살아야 하나? 기계를 만들고 고안하는 사업을 해야 하나? 아~ 난 아날로그가 좋다는 신념을 저버릴 수 없어 그것만은 못하겠다. 정말이지 가끔은 다가오는 미래가 두려울 때가 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ㅡㅡ;;;


빨강버스를 타고 강남역에서 내린 후 편지지를 사고 싶어 강남에 있는 교보타워에 들어갔다. 무슨 사람이 에버랜드보다 많고 복잡한지. 공휴일인 이유도 있을 것이고, 새 학기가 시작되어 여러 책들 문구류를 사려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다른 큰 이유가 있었으니 마침 그곳에서 나경원 의원의 출판기념 사인회를 개최한 것이다. 며칠 전에 어느 포털 기사를 지나치듯 봤는데,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의원이 같은 날 사인회를 하는데, 어느 곳으로 사람이 더 몰릴까? 뭐 그런 식의 헤드라인이었던 것 같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강남 교보점에서 사인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양반인데 누구더라? 어랏! 김형오 국회의장 아냐? 어 서울 시장도 왔네… 시선을 끄는 건 그들이 아니라 그 주위 사람들이다. 거짓 웃음을 지으며 연신 굽신대는 사람들…  혐오스럽다.


유난히 쓸쓸해 보였던 이 책이→ 그렇게 눈에 밝히는 이유는 뭔지...

너무 복잡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큰 고함들이 오간다. 그 북새통인 서점에서 욕하면서 싸우는 장면만 고작 몇 분만에 세 번이나 봤다. 사람들 한가운데서 그런 쌍욕을 해야 하나? 참 더러운 입을 가진 사람들이다.
희한하게 문구류에 관심이 많아서 핫트렉스에서의 유혹을 뿌리치느라 참 힘들었다. 아예 음반매장에는 발도 안 들어놓았다. 연필 몇 자루를 쥐고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이 날 따라 바람은 왜 그렇게 차던지. 지난 달 말부터 겨울 옷들은 집어넣어버리고 봄남 컨셉으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참 미련한 짓이 아닐 수 없다. 오들오들 떨면서 겨우 집으로 들어왔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이번엔 기린아형님을 보기 위해 신촌 우드스탁으로 향했다. 거의 일년 만에 간 그곳은 여전히 좋았다. 시끄러운 락의 사운드와 시원한 맥주는 잠시나마 고독을 잊게 해준다. 햐. 신청도 하지 않았던 본 조비의 Thank You for loving me가 흘러 나오는데 어찌나 감동적인 사운드던지. 그곳에서 일하면 헤드폰이고 이어폰이고 음악을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음악 듣고 싶을 때, 혼자서 맥주나 홀짝거리고 싶은 때마다 그곳을 찾으련다.
기린아 형님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음악을 들으며 대화를 하다가 학숙 통금시간 4분전에 겨우 들어왔다. 이것도 쉽지는 않고나…




Ps
- 2 / 개강을 해서 설레는 맘 안고 학교엘 갔더니 역시나 설레는 것은 딱 그 하루 전까지다. 첫 날부터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시츄에이션. 아 슬프다.
주말에라도 호텔에서 알바를 하기 위해 머리를 잘랐다. 이거는 뭐 군대서보다 더 짧아진 것 같잖아.ㅠㅜ 앞으로 머리를 원없이 언제 기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Mirasu


Posted by 미라수